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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지구 상에 하나뿐인 한 명, 오직 너만을 위한 너의 이야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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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지구 상에 하나뿐인 한 명, 오직 너만을 위한 너의 이야기

포피이 2023. 5. 30. 04:11

일인칭 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그 기억들은 어느 날, 아마도 멀고 긴 통로를 지나, 내가 있는 곳을 찾아온다. 그리고 내 마음을 신기할 정도로 강하게 뒤흔든다. 숲의 나뭇잎을 휘감아올리고, 억새밭을 한꺼번에 눕혀버리고, 집집의 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지나가는 가을 끄트머리의 밤바람처럼.

요약


총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얇은 책이다. (240여쪽)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나’ 하나를 규정하는데 있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에 대해 표현

1.돌배게에

일본식 짧은 시집인 단카를 짓는 과거 여자 알바생과의 하룻밤에 대한 이야기.

하룻밤 보냈을 당시의 기억과 그녀의 단카에 대한 내용을 기억의 연쇄. 강렬했던 추억 이야기. 기억에 남은 건 그녀가 부르는 전남친의 이름의 외침, 전남친 외침을 막기 위해 그녀의 입에 물린 수건, 때문에 수건에 생긴 잇자국, 그리고 단카

뒤에 남는 것은 사소한 기억뿐이다. 아니, 기억조차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우리 몸에 그 때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런 것을 누가 명확히 단언할 수 있으랴?

당신과/나는 먼/사이였던가?
목성에서 갈아타면/됐던가?

돌배게에/귀 갖다대니/들리는 것은
흘린 피의/소리 없음,없음
..
지금이란 때/ 때가 지금이라면/이 지금을
꿈쩍없는/지금으로 만들 수 밖에
..
두 번 다시는/만날 일 없네/생각하면서도
못 만날리/없다고 생각하는
..
만나려나/그저 이대로/끝나려나
빛에 끌리고/그림자에 밟혀

2.크림

피아노 학원에서 이름만 알게된 소녀의 콘서트 초대장을 받고 무작정 찾아갔지만 도착한 산골짜기에는 아무 인기척이 없는.. 굳게 닫힌 콘서트장의 대문

몰아닥치는 감정의 폭풍, 온갖 생각 벼락이 쏟아져내리는 그 때 길가던 시골 할아버지의 조언

“중심이 여러 개 있는 원” 아니 때로는 무수히 있으면서 둘레를 갖지 않는 원을 정신 차리고 지혜를 쥐어짜서 혼자 힘으로 상상해야해. 그렇게 진지하게 피나는 노력을 하고서야 비로소 조금씩 그게 어떤 것인지 보이거든

3.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대학생 주인공이 쓴 소설의 첫 단락, 위대한 음악가 찰리 파커가 투병 중에 낸 마지막 앨범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에 대한 이야기. 실제 음악가의 이름을 사용해 만든 소설이라 진짜로 착각한 사람들도 있었음. 그러던 중 소설 속 앨범을 실제로 찾게되는데,,

꿈속에서의 찰리파커와의 현실 같은 만남, 꿈은 정말 인걸까?

물론 죽음은 언제나 예고없이 찾아오지. 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완만한 것이기도 해.” …(생략)… ”자네에게 인사 한마디 하려고 들른거야. 고맙다고 말하려고. 내 음악을 듣고 즐거웠다면 기쁠텐데”

4. 위드 더 비틀스

그저 지나가는 동급생 여자 한명일 뿐이엿지만, 가슴 품에 비틀즈 앨범을 안고 뛰어가는 모습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그 순간의 감정,맥박,심지어 날씨까지도..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교제하게된 여자친구와 사귀다 딱 한번 여자친구의 오빠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남자는 기억이 단기적으로 날아가버리는 병에 걸려 집에서 백수로 지내고 있었다.

시간을 보내다 ‘톱니바퀴’라는 작품을 낭독하게 되는데.. 20년 후에 길을 걷다 우연히 오빠분을 다시 만나게 되고 전여친이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된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인생의 단순한 시사가 두 사람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준걸까..? 무스비

그곳에 있었던 중요한 메시지는, 모든 꿈의 핵심들과 마찬가지로 미로 속으로 사라졌다.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대게 그러하듯이. ”이런 기분 속에서 살아 있는 것은 뭐라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누가 내가 잠든 사이 가만히 목을 졸라 죽여줄 사람은 없는가?”

5.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주인공, 하지만 정말 인기없는 팀의 팬이 되고, 아버지와의 야구장에 대한 추억, 야구장의 기억을 시집에 남김으로써 그 기억의 순간을 간직하는 스토리.

어떤 이에겐 야구장 그 자체가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점이 매력적이였음.

나의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에는 이런 시도 실려있다. 왠지 몰라도 이 시기의 스왈로스가 가장 생생하게, 정겹게 떠오른다. 구장에 가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가슴이 두근 거렸다. 그 곳에서 잡다한 소리를 듣고, 잡다한 냄새를 맡고,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이 좋다. … 시간은 어디까지나 똑같은 시간이다. 시간과 잘 타협해서 최대한 멋진 기억을 뒤에 남기는 것 -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6. 사육제(Carnaval) -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음.

미와 추에 대한 짧고 굵은 이야기. 제일 못생겼다고 생각한 여인과의 데이트. 못생겼어도 성격과 가치관이 잘 맞는다면 오히려 못생긴건 그 사람의 매력을 어필하게 해주는 요소가 될 수 있음.

아주 예쁜 사람들은 작은 흠집에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만, 못생긴 사람들은 오히려 못생겼다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못생긴 외모의 단점 외에 장점이 부각될 수 있음.

‘사육제’라는 슈만의 곡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남자는 여자에게 호감을 갖지만 도중에 연락이 끊기게 된다. 후에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게된 건 뉴스에서 경찰에게 이송당하는 그녀의 모습이였다.

진부한 의견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은 종종 보는 시각에 따라 완전히 뒤바뀐다. 빛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림자가 빛이 되고, 빛이 그림자가 된다. … 그녀의 강한 개성은 바로 그 평범하지 않은 외모에 있기에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녀가 풍기는 세련미와 추한 외모의 크나큰 격차가 독자적인 다이너미즘을 구축한 것이다. **** … ”우리는 누구나 많건 적건 가면을 쓰고 살아가. 가면을 전혀 쓰지 않고 이 치열한 세상을 살아가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니까. 악령의 가면 밑에는 천사의 민낯이 있고, 천사의 가면 밑에는 악령의 민낯이 있어.” 그녀는 사실은 “추한 가면과 아름다운 민낯 - 아름다운 가면과 추한 민낯”이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매독과 분열증과 악령들 덕분에 행복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거야 그렇지 않아? (슈만이 매독,분열증으로 자살했기 때문)

7.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혼자 여행하던 주인공이 시나가와라는 온천마을에서 료칸(일본식 온천)을 즐기다 만난 말하는 원숭이와의 이야기. 원숭이 와의 진솔한 대화. 술까지 같이 마시면서 보낸 원숭이의 생활과 고충

이 날 있었던 기억은 진짜일까 아님 온천이 만들어낸 환상일까?

“제일 괴로운 건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원숭이와도, 사람과도 얘기할 수 없어요. 고독하다는 건 정말 슬픈 일입니다.” … ”제가 생각하기에 사랑이란 우리가 이렇게 계속 살아가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연료입니다. 그 사랑은 언젠가 끝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결실을 맺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사랑이 사라져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해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했다. 연모했다는 기억은 변함없이 간직할 수 있습니다. 그것 또한 우리에게 귀중한 열원이 됩니다.” …. 나는 그 뒤로 시나가와 원숭이의 ‘인생’에 대해 생각에 잠기곤 한다. 작은 온천 마을의 허름한 료칸 다락방에서, 얇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든 늙은 원숭이, 나란히 벽에 기대어 맥주를 마시면서 그와 함께 먹었던 감씨과자와 진미채를 생각한다.

8.일인칭 단수

가끔 평소와 다르게 생활하고 싶은 주인공, 쉬는 휴일에 독서도 영화를 즐기지만 가끔 집중이 잘 안되는 날이 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1년에 1,2번 입는 슈트를 입고 거울에 서보기도 하고, 정처없이 거리를 활보하기도 한다. 그러다 한번도 간 적 없는 칵테일 바를 들어와 독서를 하며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본다. 평소 자신과 다르게 행동하는 자신의 모습에 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오른편에 앉아있던 처음보는 여성분이 다가와 시비를 건다. 그 여성은 주인공 친구의 친구라 주장하며 한 때 있었던 주인공의 잘못을 묻는다. 주인공은 영문을 모른 채 도망치듯 가게를 나와 낯설게 느껴지는 거리를 걷는다.

만약 평소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한다면, 어릴 적 내가 한 행동이 지금은 내가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라면 그건 행동은 ‘나’를 정의할 수 있는걸까? ‘나’와 신체,지능, 기억이 똑같은 복제본이 나타난다면 누가 진짜 ‘나’라고 할 수 있는 걸까? 한번 생각해봄직하다.

내가 스스로를 위해 선택한 것은, 어디까지나 결과적이기는 하지만, 그런 유(가끔 평소에 안하던 행동을 하는)의 인생이였다. ..(생략).. 지금까지 내 인생에는 - 아마 대개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 중요한 분기점이 몇 곳 있었다. 그 때마다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선택하거나 선택당해서 나는 지금 여기 있다. 이렇게 일인칭 단수의 나로서 실재한다. 만약 한번이라도 다른 방향을 선택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아마 여기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거울에 비친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총평


1. 비유가 많아 읽기가 난해하고 생각할 것도 많아 짧지만 전하는 메세지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함.

2. 이루고 싶었던 꿈, 행복했던 기억,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향수, 가치관의 변화, 살면서 한번쯤 발생하는 우연, 그리고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평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음.

3. 책에 나온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에게도 똑같이 던져보고 살아왔던 삶,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는 작가의 바램이 들어갔다고 생각함.

번외. 재즈음악이나 클래식음악 등 음악 관련 장르가 많이 나옴. (본인 암것도 몰라서 힘들었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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