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포피이의 이모조모

[10.03] 나태와 쾌락, 그 사이의 괴로움 본문

오늘 뭐했지?

[10.03] 나태와 쾌락, 그 사이의 괴로움

포피이 2022. 10. 3. 02:24

굉장히 비관적인 생각이 많이 드는 하루하루를 지냈다.

정말 생각없이 살고 있다. 아니? 생각을 고의로 지우고 있다. 지금까지 일기 쓴건 나 자신도 속여가면서 쓴 거짓 편지들이다. 할건 정말 많다. 아니? 해야할건 엄청 많다. 잠깐이라도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해야만 하는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어디부터 해결해야 할지 몰라서 혹은 해결할 자신이 없어서 앞에 나온 문제들을 뒤로 넘겨버린다. 현재까지 산더미는 풍선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뒤 돌아보기가 무섭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맡은 일들을 책임지겠다는 결심을 한 사람에게만 옳다고 생각한다. 늦었다고 생각은 머리가 무의식적으로라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식이 지속적으로 방해한다. 의식이 말한다 "생각하지마 지금 현재만 살아. 괴로운 일은 아예 생각하지마. 괴로운 일은 생각하면 괴로워지기만 하니까 생각을 멈춰버려" 그렇게 생각을 멈춘 채 고장난 기계처럼 본능에만 의존한 채 의미없는 시간이 반복된다. 

 

아마 일기를 쓴 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난 제대로 된 일을 하나도 못했을 것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해야 할 일을 계속 계속 뒤로 던지고 뒤를 볼 틈이 없도록 지금의 쾌락에 빠져 나태한 삶을 살았다. 유튜브의 강에 빠져 하루를 허우적 대다가 간혹 자기 개발 영상이라는 구명튜브에 올라가지만 그것도 순간이다. 다시 유튜브에 빠지기를 자처하고 그저 깊이 가라앉는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져야할 책임을 회피하기위해 일어나지도 않은 수많은 일들을 재료로 무한한 몽상을 꿈꾼다.

나만 이런걸까? 싶어 인터넷에 '엠생인생'이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창문을 바라보았다. 마치 소설처럼 현실에선 생각지도 못한 인생들을 살펴볼 수 있다. 2000년대라는 한 시점에서 태어나 길어봐야 2100년대 정도밖에 못사는 인생

무엇을 해야 좋을까? 툭하면 회의주의적 사고에 빠지곤 한다.그냥 지금처럼 적당히 살면서 적당한 노동, 고통을 받는게 바람직한가? 거창하게 인류를 위해 해야할 일들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게 좋을까? 

솔직하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도 모르겠고 하고싶은 것도 모르겠다. 그저 충동, 본능에만 사는 한탕주의자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24세 인생에서 딱히 모난 부분도 없고 고난, 역경같은 일도 없었다. 오히려 남들보다 축복받았으면 축복받았지 왜 이런 고민을 가지고 왜 괴로워하는 지... 잘 모르겠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까? 아니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까? 누군가는 죽을 수 없으니 살아가는 것이라 하고 누군가는 인생에 이유가 있냐고, 거창한 이유따위는 없다고 하고 누군가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라고 하고 대답한다. 누군가는... 죽고 싶지만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살아간다고 대답한다...

이것으로는 삶의 이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더 원초적인 이유를 찾아봐야겠다.

종교, 무속 신앙 등의 신파적인 의견이나 진화론적인 관점 외의 1인칭 인간의 관점에서 찾아볼 것이다.

 

 인생을 RPG 게임에 비유하자면 모두 다른 플레이어가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선정된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 놓여 시작한다. 뭐 하나 선택할 수도 없이 이 지구라는 행성에 그냥 툭 하고 떨어진 것이다. 태어난 국가, 인종, 문화에서 시작해 부모, 부모의 재력, 주변의 교육, 인성 수준 등등... 주어진 옵션이 플레이어마다 다르다. 모두 공평하게 주어진 것은 DNA라는 디폴트 옵션에서 기인한 '본능'과 언젠가 찾아오는 '죽음'뿐이다. 또한 인류라는 개체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결국엔 자신과 같은 인간에게 영향받고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즉, 플레이어 사이의 상호작용이 불가피하다. 결국 인생은 불공평한 협동 RPG게임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인생은 주어진 환경에서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 타임어택 게임이다. 인생이란 게임을 먼저 플레이한 선대 플레이어들이 남겨놓은 문명, 문화 속에서 선대 플레이어들의 지식들을 배운다. 그들의 삶과 그들이 남겨놓은 유품들을 이어 받은 뒤 인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주사위 처럼 무작위로 정해진 것이기에 그 누구도 다른 플레이어와 같은 플레이를 진행할 수 없으며 그 과정 또한 각자 다르다. 모든 플레이어가 결국 이 게임을 클리어 하겠지만 어떤 플레이어의 플레이가 최고의 플레이 였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신, 대표적으로 중요한 플레이 업적을 달성한 플레이어를 위주로 소개해놓은 책들이 있다. 그것은 '위인전'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한 플레이어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위인전에 소개된 위인들의 행적을 따라가는 것이 올바른 플레이 방식일까? 사실 그것도 옳다고 보기 어렵다. 아까 언급한 환경적 요인 때문이다. 그들이 살아온 시대, 주어졌던 환경들이 지금 플레이어가 살아가는 시대와는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들은 위인들의 행적을 토대로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바로 '선'과 '악'이다.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한지를 앞선 선대 플레이어들의 플레이를 토대로 평가하였다. 그렇게 사회 공동체가 추구하는 선이 만들어지고 그 선을 토대로 지켜야 할 규칙이 생겼고 그 중에서도 중요한 규칙은 '법'이라는 절대적 규칙을 만들어 어기면 '벌'을 내려 법에 따라 플레이할 수 있도록 타 플레이어에게 해가 되는 플레이를 금지 시켰다. 

 

 이렇게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는 자유로운 플레이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내용 처럼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원하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자원들이 한정되어 있어 어쩔 수 없이 플레이가 제한된다. 부모 플레이어가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라면 아들 플레이어도 농부 일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고, 바다 낚시를 하고 싶더라도 타 플레이어에 비해 환경적 제약이 생긴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인터넷이라는 기다란 끈으로 지구를 통합해 주었다. 자신과 지구 정반대에 있는 플레이어의 생활도 찾아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전 플레이어가 작성한 '인생'게임의 여러 공략집을 찾아 볼 수 있게 되었다. '고통'이라는 디버프를 받은 플레이어들의 경험들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인지하고 '행복'이라는 버프를 받은 플레이어들의 경험 사례들은 본받아 자신만의 게임 공략집을 써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은 양날의 검이였다. 모든 것이 공유된 만큼 선/악의 구분도 모호해져갔다.

예를 들면 구멍난 사과를 보았을 때 어떤 플레이어는 슬픔을 느끼며 사과를 지켜야한다고 주장하고 어떤 플레이어는 분노를 느끼며 사과를 구멍낸 플레이어를 찾아 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어떤 플레이어는 구멍난 사과를 분석하기 위해 사과를 구매하겠다고 한며 어떤 플레이어는 그깟 사과가 뭐가 중요하다며 사과 가지고 토론하는 플레이어들을 한심하다며 조롱하였다. 위 플레이어들끼리 싸움이 났다면 이 중 어떤 플레이어의 의견이 옳은지 고를 수 있겠는가?

 

 플레이어는 게임 특성상 수많은 챕터의 인생 문제를 경험한다. 챕터와 비슷한 문제에 대한 다양한 공략집을 참고하면서 클리어해 나간다. 이 게임은 어느정도 정형화된 공략 루트가 있기에 대부분 선대 플레이어가 닦아놓은 아스팔트 길같은 공략을 쭉 따라간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유치원 -> 초등햑교 -> 중학교- > (고등학교) -> (대학교) -> (군대) -> (취업) 처럼 말이다. 안의 세부 챕터들은 플레이어마다 다르겠지만 큰 챕터는 아마 비슷할 것이다. 

 

 우리는 이 챕터들 사이사이에서 어떻게 게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원치도 않는 게임에 자동 참여된 마당에 어떤 식으로 인생을 플레이해야 되는 걸까? 여러 공략집을 보면서 도달한 나만의 결론은 '나와 대화하기' 이다. 이 게임에 참여한 이후부터 쭉 너를 아는 것은 너밖에 없다. 아기 고양이 다루듯이 너를 보살펴주어라. 중요한 챕터가 끝나면 잘했다고 칭찬해주며 보상을 주고 남을 도와준다면 너를 자랑스러워하고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괜찮다고 다독여주어라.

마지막까지 너를 웃으면서 "즐거운 여행이였어" 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도록 너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그냥 새벽 감성 터져서 아무 말이나 적어보았다.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뭐했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폐인 = Pain = ?  (1) 2023.11.30
12.01[목]  (0) 2022.12.0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