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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도 언젠가 잊혀질꺼야] 첫사랑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는 너에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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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도 언젠가 잊혀질꺼야] 첫사랑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는 너에게

포피이 2023. 4. 18. 01:11

이 마음도 언젠가 잊혀질꺼야 - 스미노 요루

 

“잊어버리면 전부 거짓이 돼.”

과거는 잊히기 마련이지만 기억은 과거의 발자국으로 남아 있지. 발자국을 바라보면 과거의 기억이 한 장의 동영상과 함께 몇 가지 단어로 표현되어 있을 거야. 첫 사랑의 기억은 어떨까? 서투르고 부끄러웠던 기억이라 아마 기억의 편집기에서 자동 편집되어 제대로 기억하기 힘들거야. 그래도 한 번 과거의 추억집을 꺼내보자! 오래간만에 말이야!  

 

"첫 사랑" 을 떠올려보자.

떠올리면 몽글몽글한 느낌, 어릴 적 청춘의 향기, 애틋한 기억 등이 머릿 속에서 펼쳐지지 않아? 괜스레 쑥쓰러워지기도 하면서 말야.

허나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면서 어릴 적 느꼈던 첫 사랑의 기억, 감정 등은 점차 희석되고 추억하고자 하면 그 때 느꼈던 감정에 대한 기억의 텍스트로만 뇌에 새겨져 있어. 그 때 순간의 감정은 "가슴이 터질 듯 크게 뛰었다" 혹은 "머릿속이 새하얘졌었다." 등으로 말이지. 그 순간의 완전한 경험(표정,말투,날씨 등)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아 설령 기억난다 해도 그 기억이 현재에 맞게 왜곡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첫 사랑의 감정,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 "또 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등 여러 히트작을 낸 일본 소설가 스미노 요루의 신작이야.

스미노 요루의 작품은 중,고등학생 시절의 풋풋한 감정을 세밀하고 다정하게 다룬다는 점이 특징이지.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야. 중학생의 주인공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접하고 다가가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주인공의 감정을 어렸을 적 그 때의 추억과 같이 회상해봐. 

 

책을 처음부터 즐기고 싶다면 여기까지만 읽고 꼭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어.

첫 사랑은 어린 애처럼 첫 사랑은 서투릅니다.
사랑을 아낌없이 주고 갖질 못하니까... illa illa illa (후렴)

... (2절)...
첫 사랑은 아픈 걸 보면 첫 사랑은 열병입니다.
정신없이 앓고나면 어른이 되니까요.

- illa illa (일라일라)  [Juniel]

10년 전 노래지만 첫 사랑에 대한 가사가 정말 예뻐서.. 소개하고 갈게 ㅎ 

 

 

 

 


 

 

 

 

서론이 길었지.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해줄게. (문체는 경어체로 바꿀게요.)

아무래도 인생이란, 형편없이 시시한가 보다. 
어른들이 죄다 10대 시절이 '제일 즐거웠다'는 소리를 하는 게 그 증거다.
이런 아무것도 없는 매일매일을 찬미하고 부러워하다니.....
--- p.6

다른 녀석들은 어떤 것으로든 인생을 채색해 자신이 특별한 인간인 양 착각하고서 살고 있다.
나는 그 녀석들을 평범하게 경멸한다. 

"스즈키 카야"(앞으로 남주로 부를거임)는 16살 중학생 소년이다. 그는 친구들과 떠들고 웃는 평범한 일상이 시시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커서 직장인이 되고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늙어가는 전 인생의 과정을 정해져 있는 삶을 그저 지루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시시하지 않은 "특별함"을 추구한다. 일상에서의 특별함을 위해 매일 2번 조깅을 한다. 도착지엔 자신만의 특별한 장소인 '버려진 버스 정류장'이 있다. 이 곳에서 남주는 자신을 특별한 어딘가로 데려다주길 바라며 몽상을 한다.

평소와 같이 몽상을 하던 날 밤, 여주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버스정류장의 문을 열고 나설 때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번 어디에 가?"
"오늘은 너도 잠을 잔다는 알 수 있었어."
"나한테는 네가 사람으로 보이는데"
"너한테는 내가 어떻게 보여?"

내게 보이는 그대로 설명했다.내 가슴 정도 높이에 있는 타원형 빛, 벤치의 앉은 부분보다 조금 위에  작게 이어지는 빛이 열 개, 지면 가까이에 마찬가지로 이어지는 빛이 또 열 개.
...
"그렇구나. 네가 보는 건 내 눈이랑 손톱이랑 발톱이야."
---p.28

여주는 눈과 손톱과 발톱만이 빛나는 사람 비슷한 어떤 생명체였다. 여주와 남주는 신기하게 서로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여주는 남주와 다르게 남주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이 기이한 현상은 남주를 "특별하게" 만들어줄 사건이였다. 첫 만남 이 후로 남주는 여주(치카)와 이 버려진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름은? 나는 스즈키 카야."
"스즈키 카야. 되게 특이하게 들린다. 나는, xxxxxxxx."
지금까지 들은 것 중 가장 긴 노이즈가 귀를 덮쳤다.
마치 라디오 주파수가 전혀 안맞는 것처럼 들렸다. 지식의 차이 때문일거라 짐작된다.
---p.54

이야기를 나누면서 남주는 여주의 세계에 대해 여러가지를 알게 된다.

 

여주와 대화할 땐 여주의 세계에서만 쓰이는 단어들을 들을 수 없고 (이 때문에 남주는 여주에게 치카라는 이름을 붙여준.)

여주와 악수 등의 신체적인 접촉이 가능하다는 점,

여주의 세계는 현재 전쟁 중이라 여주의 개인 피난처에서 남주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

여기서 여주 세계의 전쟁은 보편적인 전쟁이 아니라 마치 게임처럼 양국에서 정해진 룰에 따라 전쟁을 하고 전쟁 시에는 사이렌 소리가 울리게 되며 사이렌 소리가 나면 여주는 피난처에서 빠져나온다는 점 등이 있다.

신기하게 여주의 세계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었다.

연애를 다른 말로 어떻게 표현하지?

"뭐라고 해야 하지, 어, 진짜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네.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해서 사귀는 거야."
"친구랑은 달라?"
"다르지, 아니 그 경계선은 모르겠는데 단어의 의미는 달라."
결혼이나 가족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지만, 연인과 반드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이성끼리라는 설명도 생각났지만, 이성이 아닐 경우도 있다. 
---p. 83

또한 남주는 몇 가지 실험을 통해 여주의 세계와 남주의 세계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여주의 주변 사물 혹은 인물이 남주의 주변 사물과 1대1로 매칭되어 있으며 남주의 세계에서 대응되는 사물에 영향을 끼치면 크든 작든 여주의 세계에도 영향을 끼친다.

남주는 이 법칙을 이용해 여주를 여러모로 도와준다. 그리고 남주가 여주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게 된다.

그 고동. 그 들뜬 감촉.
그건.그게.그런.이런.이 마음은.
의지와 목적으로 찍어누르지 못하는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
만약 정말로 이 감정이 치카 개인을 향한 마음의 자그마한 발아라도.
치카는 모른다.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내 안에서 성장해갈지도 모르는 그것의 정체를 치카는 절대 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정말 다행이다.
그것은. 구원이다.
---p161

과거 사람간의 일시적인 관계 따위 시시하다고 생각했던 남주는 현재 치카를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치카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아예 모른다. 썸, 연인, 애인으로의 단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혹시 치카, 내 마음이 어떤지 전부 아는거 아니야?"
마음,치카를 향한 정체를 분명하게 말할 수 없는 감정 전부를 치카가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말하고나서 후회했으나,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치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 몰라,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그러니까 들려줘"
..
"치카를 좋아하는,걸지도 몰라."

남주는 손을 잡는다거나 서로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는 등 사랑을 하기 위한 행위를 여주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카야."
이름이 불리는데 이렇게 긴장한 적이 없다.
둘 다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키스하는 법을 가르쳐줘."
언제던가 그날, 경험한 것처럼 심장이 한번 강하게 떨렸다.
---p.252

남주의 여주에 대한 사랑은 날이 갈수록 커가만 가고 만날 수는 없지만 남주 인생은 치카로 가득 차게된다. 

“어쩔 수 없이 역시 슬프다. 그러니까 나는 이기적이지만, 치카를 향한 이 마음을 잊지 않을게. 아무리 희미해지고 번지고 언젠가 만나지 못해도, 설령 죽어서 영혼만 남더라도, 내 마음속에 있는 이 기분을 절대로 잊지 않을래. 그걸 허락해주면 좋겠어.”
--- p.263

 

하지만 누구보다 특별해지기를 바랐던 남주는 여주가 자신에게 하는 행동들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했다는 사실을 알고 오열하며 여주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게 된다. 그 뒤로 여주는 남주 앞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슬펐다.
"나는 정말로, 치카가 특별한, 단 한사람이라고."
"나도 카야를 특별한 단 한사람이라고 생각해."
"그 누군지, 모르는 녀석이."
"특별함은 다른 누가 있다고 사라지는게 아니야."
...
어쩌면 치카가 이해하지 못하는건 연애 감정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지니는 강렬한 상념들 그 자체였을까.

- 여기 까지 1부 내용입니다. 2부 내용은 필요하면 더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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